이 글은 <EN토커 1기이자 방송 부문 소셜기자단 출신인 '주작(세상 모든 것의 리뷰 블로그 운영)님'의 기고입니다.
지난 11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 50분엔 tvN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추에이션 드라마 <21세기 가족>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21세기 가족>은 제목처럼 오프닝부터 파격적입니다. 왕년에 잘 나가던 연예인 이덕화(극 중에서도 이덕화 이름을 쓰고 있죠)와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는 오은미(오승현)는 함께 백화점에 쇼핑을 왔는데, 누가 봐도 부녀지간입니다. 점원은 오은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버님께서 자상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걸? 돌아오는 답변은 ‘아버님 아니고 남편이에요’입니다.
이는 시청자들을 조금 당황케 합니다. 게다가 쿨하게 넘겼던 오은미가 오해한 점원에게 “저분 누군지 아시죠?”라는 묻는 대사에서 그녀의 푼수끼가 엿보이며, <21세기 가족>의 특징과 캐릭터의 성격을 확실하게 드러내는 대목이지요.
<21세기 가족>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인물관계도는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첫 번째 가정인 이덕화와 오은미는 무려 20살 차이 나는 부부입니다. 두 번째 가정인 이성기(이훈)과 이금표(오윤아)는 각각 이혼한 경력이 있고, 재결합한 부부입니다. 그런 탓에 각각 전 배우자와의 아이가 있고, 셋째는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가족 구성부터가 벌써 이전 드라마들보단 확실하게 차별화됩니다. 글로만 적어서 어지러울 텐데, 등장인물 관계도를 쉽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21세기 가족> 인물 관계도
그런데 이런 파격적인 설정과 몇 가지 공통점 때문에 <21세기 가족>의 방송과 더불어 새삼 부각되는 미드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 2009년 ABC 방송국에서 전파를 탄 이래 현재까지 3시즌을 방영하며 순항 중인 <모던 패밀리> 입니다. <모던 패밀리>에는 세 가정이 등장하는데, 첫 번째 가정인 제이와 글로리아의 경우 최소 20살 나이차에 재결합 부부입니다.
<모던 패밀리> 인물 관계도
게다가 <모던 패밀리> 역시 <21세기 가족>처럼 중간중간 인터뷰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요.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21세기 가족>을 ‘한국판 <모던 패밀리>’라고 지칭하면서 재밌게 비교 분석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언급하자면 <21세기 가족>과 <모던 패밀리>에 등장하는 인터뷰 방식의 차용은 이미 <오피스>를 비롯한 외국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입니다.
국내로 눈을 돌려도 국민적 인기를 끈 <슈스케>와 <나가수>등의 예능에서 많이 써먹은 방법이죠. 20살 차이가 나는 부부 설정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왔기 때문에 ‘장충동 족발’이나 ‘신당동 떡볶이’처럼 원조를 운운하기엔 애매하다고 봅니다.
| 시트콤과 시추에이션 드라마는 무엇이 다른가? |
<21세기 가족>은 ‘시트콤’이 아니라 ‘시추에이션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시트콤의 대표격인 <하이킥> 시리즈를 보시면 알겠지만, 20분이란 짧은 시간 안에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코믹극 입니다. 반면 <21세기 가족>은 1시간 정도에 하나의 에피소드가 끝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시트콤은 ‘situation comedy’의 약자(sit com)으로 흥미위주의 가벼운 소재를 취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영어 스펠링은 굳이 쓰지 않아도 짐작되시죠? ^^-
<21세기 가족>을 보면, 새엄마와 딸의 갈등이나 장인과 사위의 갈등처럼 우리 사회의 해묵은 문제나 갈등구조를 끄집어 내고, 어찌어찌 화해하지만 그 밑엔 마치 마그마처럼 언제든지 분출될 여지가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감이 잘 안오신다고요? 그럼 <21세기 가족>으로 좀 더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1화에도 예고되지만 비슷한 나이또래인 오은미와 이금표는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사이입니다. 호적상으론 엄마와 딸의 관계이지만, 자신보다 6개월이나 아래인 오은미를 이금표는 ‘엄마’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하여 일부러 막내 세나를 시켜 (오은미가 제일 싫어하는) 할머니라는 호칭을 부르게 만듭니다.
그것도 부족해서 2화에선 엄마 노릇을 하려는 오은미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이금표는 일부러 말썽꾸러기인 세 남매를 맡기는데, 자신만의 놀이법으로 아이들을 대하는 오은미 때문에 오히려 더욱 화만 나게 됩니다.
2화 마지막엔 오은미가 이금표를 노래방으로 데려가서 나름 훈훈하게 끝나지만, 오은미는 자신이 윗사람이자, 이금표가 거짓핑계로 둘러댄 동창생 모임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오해해서 그런 것이죠. 이금표 역시 기왕 온 것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것 뿐입니다. 결국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두 사람 다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이런 식의 인물 관계는 <21세기 가족>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습니다. 2화에서 티격태격하는 두 부인 때문에 따로 술자리를 갖게 된 이덕화와 이성기는 술집에서 만난 다른 당의 정치인들 때문에, 서로 다른 정치관으로 언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성기는 장인에게 폭언을 퍼붇고, 이에 격분한 이덕화는 사위에게 주먹을 날리게 됩니다.
이들이 화해하는 이유 역시 정말 미안해서라기 보단, 각자 자신의 체면 때문입니다. 비슷한 사례로 하나만 더 들자면 1화에서 첫째 딸 하나의 남자친구 때문에 언쟁을 벌인 이금표와 이성기가 서로가 제일 싫어하는 ‘이혼’과 ‘돌팔이’라는 말로 상처를 준 에피소드를 들 수 있습니다.
서로의 해묵은 상처를 끄집어내어 들쑤시고, 가족이란 이유로 개개인의 사생활에 깊숙이 참견하는 모습을요.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의 갈등과 부부 사이의 반목 그리고 자식과 부모간의 몰이해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됩니다.
여기까지 적고 보니 <21세기 가족>이 무슨 ‘사회 고발성’ 드라마로 오해될 소지가 다분한데,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추에이션 드라마’답게 이금표만 전화만 하거나 표정이 안 좋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라고 벌벌 떠는 ‘트리플 A형’인 이성기의 모습은 웃기기 그지 없습니다. 연기자 이훈이 여태까지 주로 남성적인 역할을 해온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말이죠.
이덕화의 20살 차이 나는 오은미역의 오승현은 백치미가 흘러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혀 짧은 소리로 남편에게 애교를 떨거나 손자 손녀에게 자신이 미란다 커를 닮았다고 ‘미란다’라고 불러달라는 대목 등은 너무나 웃지 않고는 견디기 힘든 부분입니다.
이밖에 이덕화의 첫째 딸로서 오은미와 티격태격하고 아이들과 씨름하는 오윤아의 농익은 연기는 감칠맛을 더하고, 늘 남자 때문에 카드빚이 쌓여가는 이덕화의 둘째 딸 이은표, 소방원을 준비하는 청년백수 이동표의 백치 캐릭터 등의 행동은 극의 재미를 더합니다.
게다가 톡톡 튀는 대사와 노련한 연기자들이 각자 새롭게 만들어가는 캐릭터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볼만한 익숙한 상황에서 뜻밖의 ‘반전 상황’이 펼쳐지면서 작품은 우리에게 매우 새롭게 다가오게 됩니다.
<21세기 가족>은 케이블 드라마인 탓인지 표현 수위와 현실 풍자에서 공중파보다 수위가 높고, 전 연령층이 아니라 20~30대를 겨냥한 작품답게 매주 젊은 감각이 통통 튀는 작품입니다. 따라서 <하이킥> 시리즈를 보면서 시트콤의 재미를 느끼셨다면, <21세기 가족>을 통해 색다른 재미와 차별화된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대한민국의 ‘가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물론 시사프로를 보듯이 머리를 싸매고 얼굴을 찡그리고 보는 게 아니라, 예측을 불허하는 캐릭터의 행동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뜻밖의 전개로 웃으면서 그 속에 담겨있는 페이소스에 ‘아하’라고 무릎을 치면서 말이죠.
매년마다 되풀이되는 지구멸망설과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에 <21세기 가족>은 매우 시의적절하게 그러나 우리의 간지러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시추에이션 드라마의 참맛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 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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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인데두 머릿속에 막 상상되네요!:) 전 원래 TV를 잘 안 보지만 챙겨보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성공기원 ♥
안녕하세요 김정현님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흥미롭게 보아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종종 방문해 주세요~